2023년 9월, 홍대 상수역 2번 출구에서 두 블록 안에 있던 베트남 쌀국수 집이 문을 닫았다. 나는 거기 단골이었다. 월 4회 이상은 갔으니까. 사장한테 미안하지만, 영수증 모아서 메뉴별 원가 역산해 본 적 있다.
실패한 집들의 공통값
그 쌀국수 집은 소고기 쌀국수가 12,000원이었다. 소고기 국물 베이스 도매가, 숙주, 쌀면, 토핑 재료 합치면 재료비만 4,200원 정도. 여기에 인건비·임대·관리비까지 감안하면 마진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가격을 올릴 명분이 없었다는 거다. 같은 골목에 비슷한 메뉴가 세 군데나 있었다.
홍대에서 살아남은 집들을 관찰하면, 실패한 곳과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다. 바로 "대체 불가 요소"의 존재 여부다. 2023년에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수제맥주 펍은 월 임대 1,800만원을 감당하면서도 남았다. 왜? 시그니처 맥주가 네 종류 있었고, 그중 두 종류는 어디서도 못 마시는 것이었다. 마케팅 정의에서 말하는 차별화 전략이 실제로 작동한 케이스다. 링크 참고: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
살아남은 곳들의 차별화 포인트
단순히 맛있으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홍대 상권에서 2023년까지 버틴 가게들의 특징을 정리하면, 첫째 인테리어 비용이 평균 3,500만원 이상 투입된 곳이 많았다. 둘째 SNS 업로드 유도 포인트가 최소 두 가지 이상 있었다. 셋째 메뉴 리뉴얼 주기가 6개월 이내였다.
재밌는 건 이 모든 걸 혼자 다 하면 실패 확률이 더 높다는 거다. 홍대에서 꾸준히 장사 잘하는 사장들 보면, 자기가 못하는 걸 명확히 알고 있다. 주방은 내가 관리하고 마케팅은 외부에 맡긴다거나. 우리 동네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이자카야 사장은 블로그 관리 업체 쓴 지 2년째다.
단골이 본 최종 점수
그 쌀국수 집 사장은 결국 배달 전환을 2023년 7월에 했다. 그런데 홍대 일대 배달 수수료가 건당 1,500원 이상이었다. 배달 매출 비중이 40%를 넘겼는데, 수수료 떼고 나면 오히려 손해였다. 이건 유흥 상권 정보 어디에서도 쉽게 못 찾는 현실적 함정이다.
내 점수 기준으로 홍대 2023 생존자들은 10점 만점에 7.5점이다. 폐업한 곳들은 4점 이하. 차이의 핵심은 "돈 쓸 곳을 아는 것"이다. 인테리어에 올인하거나, 마케팅에 올인하거나, 둘 다 하려다가 둘 다 못 하는 집이 무너졌다.
다시 그 쌀국수 집 앞을 지나가면서
12월 초에 다시 그 자리 봤더니, 이미 세 끼 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유리창에 "신규 오픈 이벤트 20%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계산했다. 20% 할인에 월 임대 900만원이면, 최소한 하루 120인분은 팔아야 본전이라는 걸. 그 수치를 머릿속에 넣고 걸어갔다. 홍대 골목은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