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매출 3천이면 성공한 거 아니냐고? 그 말 듣고 웃긴 사람이 나였다.
2023년 초, 홍대 상수동 쪽에서 칵테일바 하나 차렸다. 인테리어에만 1억 2천 박았고, 월 임대료 650에 관리비 80까지. 초반 3개월은 손님이 넘쳤다. 인스타 핫플 소리 들었고, 금요일 밤 웨이팅 40분은 기본이었다. 월 매출 3천 찍던 날, 나는 술잔 기울이며 "이게 홍대다"라고 했다. 6개월 뒤 폐업 신고서에 도장 찍었다.
문제는 숫자를 봤으면서도 제대로 안 읽었다는 거다. 매출 3천 중 칵테일 원자재가 15%다. 원가율 15%면 괜찮아 보이지?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게 임대, 인건비, 카드수수료, 도시가스, 소방점검비, 쓰레기 처리료까지 전부 묶인 '실효 원가'다. 실효 원가율을 계산하니 78%. 남는 건 22%인데, 여기서 세금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 월 3천이어도 순이익 300이면 다행이었다. 그마저도 비수기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Survival of the fittest는 아니었다. 홍대에서 살아남은 곳들은 '유흥 상권 정보'를 다르게 해석한 애들이었다. 나는 손님 수로 판단했는데, 그들은 '회전율'로 판단했다. 한 테이블에 3시간 앉아서 2만원 깨지는 손님이 10명 있는 것보다, 45분에 1만5천원 찍고 빠지는 손님이 25명 있는 게 이익이 훨씬 컸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홍대에서 10년째 바 운영한다는 선배가 있었다. 그 사람은 작년에 메뉴판을 아예 뺐다. 대신 칵테일 세 가지가 적힌 A4용지를 테이블에 놨다. "고객이 선택할수록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그게 곧 임대료를 삼키는 괴물이 된다"고 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같은 마케팅 정의라고 해도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에서 말하는 '고객 가치 전달'은 홍대에서 '테이블 회전율 최적화'로 번역된다.
실제로 살아남은 곳들의 차별화 포인트는 뜻밖의 데 있었다. 음식이나 인테리어가 아니라 '운영 리듬'이었다. 화~목은 위스키 위주로 원가율을 10%대로 유지하고, 금~토에만 풀 칵테일로 프리미엄 마진을 붙이는 식이었다. nonhyeonnight.xyz 같은 곳에서 실제 유흥 상권 관련 후기들이나 현장 정보를 보면, 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폐업한 날, 그 건물 옆 가게 사장이 커피 사왔다. "형님, 저도 내일 장사 접습니다" 하면서 웃었다. 우리는 같은 건물에서 같은 걸 봤으면서, 나는 '매출'을 봤고 그는 '남는 돈'을 봤다. 홍대 상권은 2023년에 '매출 환상'을 가장 먼저 뚫어버린 곳이었다. 월 매출 3천 찍고도 6개월 만에 문 닫은 나는, 그 환상의 가장 밝은 무대 위에 서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