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의 어느 목요일 밤, 홍대 삼거리포차 뒷골목 지하의 한 이자카야 구석자리. 나는 18,000원짜리 나가사키 짬뽕 냄비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서 냉동 오징어 슬라이스 개수와 홍합 상태를 헤아리며 마진율을 계산하고 있었다. 사장놈이 슬금슬금 다가와 매서운 눈초리를 던졌지만, 단골이라는 작자가 주방 화구 화력과 식자재 마트 영수증 단가까지 꿰고 있으니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하더라.
남들은 홍대 상권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망했네, 권리금이 미쳤네 떠들지만 현장에서 숟가락 얹고 사는 내 생각은 다르다. 진짜 망한 놈들은 임대료 핑계를 대며 손님 입에 들어가는 원가를 15% 미만으로 후려치다가 자멸했다. 유행 타는 하이볼 한 잔에 싸구려 레몬 시럽 몇 방울 타고 8,000원씩 받으면서 마진 80% 남겼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진짜 망한 가게들이 숨기고 싶어 한 디테일
대부분의 초보 창업자들이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굴러다니는 뻔한 유흥 상권 정보 찌라시만 보고 홍대에 판을 벌인다. 하지만 2023년 초 몰아닥친 LNG 가스요금 폭등과 수입 식자재 단가 상승은 단순한 입지 분석 따위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 해 겨울, 홍대 골목에서 소리 소문 없이 간판을 내린 맥주집과 이자카야들의 공통점은 명확했다.
* 도시가스 고지서 폭탄 (전년 대비 35% 이상 급등한 관리비 부하)
* 냉동 완제품 데우기 수준의 안주 구성 (식품 보존제 냄새가 진동하는 튀김류)
* 재방문율 3% 미만의 일회성 뜨내기 의존도
물론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홍대는 원래 뜨내기 장사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그 뜨내기조차 SNS 피드에 올릴 비주얼적 가치가 없으면 지갑을 닫는다. 과거 90년대 중반 신촌에서 시작된 노래방 열풍 시절의 감성(자세한 맥락은 위키백과 노래방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과는 소비 패턴의 체급 자체가 달라졌다. 이제는 단순히 소음과 알코올을 파는 것만으로는 임대료 감당이 불가능하다.
살아남은 자들의 영악한 원가 설계법
반면 옆자리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주말마다 웨이팅 줄을 세우는 영악한 사장들은 원가 계산법부터 달랐다. 그들은 메인 안주의 원가율을 과감하게 38%까지 올리는 대신, 주류와 사이드 메뉴에서 마진을 회수하는 영리한 이중 구조를 취했다.
예컨대 통삼겹 구이를 마진 없이 퍼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정작 마진율 90%에 육박하는 수제 소스나 하이볼 추가 주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영리한 상권 생존 전략의 정점을 보고 싶다면 굳이 마포구를 고집할 필요 없이 the club euljiro 같은 힙지로의 신흥 강자들을 관찰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 동네는 좁은 골목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가율이 극도로 낮은 분위기와 스토리를 메뉴판에 얹어서 팔고 있으니까.
결국 2023년 홍대 잔혹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원가를 아끼려고 꼼수를 부리는 순간 손님이 먼저 알아채고 발길을 끊으며, 반대로 퍼주기만 하는 바보 같은 운영은 가스비 고지서 한 장에 파산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이 바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부동산 업자의 달콤한 목소리 대신 오늘 밤 당장 테이블 위에 올라온 안주의 실제 원가 계산기부터 두드려보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