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강남 변두리 골목 2층에서 문 닫은 룸을 정리하던 날 기억난다. 마지막 달 매출 3200만 원 찍고 직원들 월급 주고 나니 내 통장에 찍힌 돈이 87만 원이었다. 이게 진짜다.
왜 매출 높은데도 망할까
대부분 사람들이 '룸 단위 서비스업' 하면 떠올리는 게 주류 마진이다. 내가 운영했던 곳 기준으로 15평 룸 하나에 1시간당 8만 원 받았다. 거기에 주류 세트 17만 원짜리 팔면 대충 25만 원 매출. 이 중에서 알코올 원가는 4만 원 선이다. 계산기 두드리면 21만 원 남는 것 같다고? 그게 함정이다.
실제로 방 하나 굴리려면 서버(직원)가 최소 두 명 붙는다. 1인당 시급 14,000원에 주휴수당, 야간 가산 때리면 1시간당 인건비만 4만 원 깔고 간다. 방 유지비, 전기세(야간 냉난방 하면 평소의 2배), 로열티, 크린세, 음향 장비 렌탈료까지. 방 하나 1시간 돌려서 진짜 남는 돈은 3만 원 남짓이었다. 그것도 꽉 찼을 때 얘기다.
퇴직금 미납과 세금, 그리고 2층의 함정
내가 제일 크게 맞은 건 퇴직금이었다. 직원 11명, 1년 넘긴 애들이 7명이었는데 이걸 모르고 인건비 계산했다. 1인당 평균 380만 원. 한꺼번에 2,600만 원 넘게 나간다. 이게 현금흐름을 완전히 말려버렸다.
그리고 위치. 2층이라는 게 이렇게 치명적일 줄 몰랐다. 유흥 상권 정보라고들 꼭 1층만 강조하는데, 실은 "도보 30초 안에 보이는가"가 관건이다. 내 가게는 2층이지만 계단이 밖에 나 있어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방문자 중 60%가 예약 손님이었는데, 나머지 40% 길 가다 들오는 사람들 중에 2층이라 돌아서는 비율이 30% 넘었다. 이게 하루 2 3명 차이인데, 한 달이면 30만 원 이상 증발한다.
방 개수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많이들 실수하는 게 "방이 많으면 많이 번다"는 생각이다. 8룸으로 시작해서 4개월 뒤에 4룸으로 줄였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방이 8개일 때는 그걸 채우려고 무조건 고객을 받아야 했다. 그러면 퀄리티가 떨어지고, 결국 기존 단골들까지 떠난다. 4개로 줄이니까 오히려 대기 손님이 생기고 객단가도 20% 올랐다.
주의할 점은 방 크기의 조합이다. 12인용 큰 방 하나, 8인용 두 개, 4인용 하나인 식으로 해야 한다. 전부 같은 크기로 해놓으면 2인 손님이 오건 10인 손님이 오건 똑같은 공간을 줘야 해서 효율이 바닥을 친다. 방 크기를 바꾸려면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하고, 그건 최소 3,000만 원이다.
현금 흐름을 봐라, 매출을 보지 말고
내가 6개월간 매출 1억 2천을 찍고도 망한 이유는 단순하다. 매출은 올라가는데 현금이 없었다. 카드 결제 비중이 60%가 넘으면, 실제 통장에 돈 꽂히기까지 3 4일 걸린다. 거기에 부가세 신고 때 한꺼번에 1천만 원 넘게 나가고, 4대 보험도 밀리면 가산금 붙는다.
매일 장부를 썼어야 했는데, 그걸 소홀히 했다. 지금 다시 한다면, 일별로 현금 잔고를 무조건 확인하고, 카드 매출은 실 매출이 아니라 3일 후의 돈으로 계산할 거다.
내가 망하고 나서야 찾아본 유흥 상권 정보 사이트에도 내가 했던 거랑 똑같은 실수 하는 사람들 많더라. 2층 위치, 큰 방 위주, 현금 흐름 무시. 이 세 개만 피해도 생존 확률이 확 올라간다. 1년 넘게 버티는 사람들은 이걸 다 알고 있었던 거다. 나는 몰랐을 뿐이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내가 폐업할 때 옆 건물도 함께 문 닫았는데 거긴 전세가 5천 더 낮았다. 단지 그것만으로 1년을 더 버텼다. 보증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